새삼, 빈자리가 헛헛하게 느껴진다면...? 포스터
성민지

새삼, 빈자리가 헛헛하게 느껴진다면...?

일정

'26.12.8

'26.12.22

'27.1.5

'27.1.19

시간

19:30–21:30

장소

을지로

읽는 책

1회차 『단절(들)』

2회차 『데미지』

3회차 『가벼운 마음』

4회차 『세월』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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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떼와 책, 펜 한 자루만 있으면 어디든 가는 성민지입니다.

‘부모’와 ‘분리’의 어원이 같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분리를 겪고, 살아가는 내내 무언가와의 단절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 애틋했던 물건, 한때 맹렬하게 좇았던 꿈, 혹은 이미 지나가 버린 내 모습까지도요. 어쩌면 우리는 매일 조금씩 무언가를 잃어버리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만남은 가만히 그 상실감을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슬픔을 서둘러 덮어두거나 어떻게든 이겨내려 애쓰는 대신, 무언가가 빠져나간 텅 빈 자리를 찬찬히 응시해 보는 것이죠. 먼저 클레르 마렝의 『단절(들)』을 길잡이 삼아 스스로 떠나온 것, 문득 놓쳐버린 것, 혹은 박탈당한 것 등 우리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끄는 온갖 상실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때로는 무엇을 잃었는지 명확한 목적어도 모른 채, 그저 ‘무언가 잃었다’는 감각만 가까스로 알아차릴 때도 있습니다. 조세핀 하트의 『데미지』는 그런 우리의 막연한 헛헛함을 건드립니다. 격정적인 비극 속에서 ‘영혼의 지형’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인생에서 남몰래 잃어버렸던 건 무엇인지 되짚어봅니다.

그렇다면 기어이 무언가를 잃어버림으로써 비로소 얻게 되는 자유는 없을까요? 크리스티앙 보뱅의 『가벼운 마음』은 꽉 쥐고 있던 것을 놓아버려도 괜찮다고 다독입니다. 스스로 제 위치를 상실하며 오히려 삶의 태도를 되찾는 주인공을 따라, 지금 내 삶에서 기어이 잃고 싶고, 잊고 싶은 것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한결 가벼워지는 연습을 해봅니다.

상실과 단절, 그리고 조용히 덜어낸 흔적들은 켜켜이 쌓여 마침내 우리 각자의 세월이 됩니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을 덮을 즈음에는, 꽉 쥘수록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은 기억과 지울수록 선명해지는 시간 사이에서 우리가 지나온 세월의 조각들을 가만히 헤아려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억지로 슬픔을 감추거나 포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로를 모르는 낯선 타인들이 잃어버림에 대한 생각 앞에서 기꺼이 문을 두드리고, 답을 청하며 잠자코 기다려주는 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상실이 휩쓸고 간 후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우리 삶을 함께 들여다 볼 분들을 기다립니다.

1회차. 응시

『단절(들)』

- 클레르 마렝

『단절(들)』 표지

‘부모’와 ‘분리’가 어원이 같다는 점, 알고 계신가요?

‘타인들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의 연결은, 그걸 잃는 순간이 아니면 생생하게 느낄 수 없(p12)’기도 한데요.

상실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우리를 진입시킵니다.

스스로 떠나온 것, 문득 놓친 것, 박탈당한 것, 헤어진 것.

온갖 종류의 상실과 그로 인한 단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회차. 추적

『데미지』

- 조세핀 하트

『데미지』 표지

우리는 명확히 무언가 잃기도 하지만, 목적어도 모른 채 ‘무언가 잃었다’는 감각만 가까스로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지위를 지닌 중년의 주인공은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난 뒤 ’영혼의 지형(p11)’이 흔들리는 경험을 합니다.

그가 그녀에게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격정적인 드라마를 통해 그가 인생에서 상실했던 것을 추적해 봅니다.

3회차. 비워냄

『가벼운 마음』

- 크리스티앙 보뱅

『가벼운 마음』 표지

자유가 보장된 세상이라지만,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까요?

매번 이름을 바꾸고, 가출을 일삼고, 제 위치를 스스로 상실함으로써 자신을 유지하는 주인공을 통해 잃어버린 삶의 태도를 돌아봅니다.

모든 것을 손 안에 쥐고 놓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삶에 기어이 잃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뭘까요?

지금 잃고 싶고, 잊고 싶은 것이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나를 위한 날개가 거기에 있을지 모르니까요.

4회차. 헤아림

『세월』

- 아니 에르노

『세월』 표지

어떤 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지만 완전히 결속된 무엇처럼 느껴집니다.

또 어떤 순간은 뗄 수 없이 붙어있지만 동시에 전혀 관계없는 무엇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꽉 쥘수록 빠져나가는 모래알같은 기억과 지울수록 선명해지는 기억.

영원할 것 같았던 기억과 한 철임을 알았던 기억 사이에서 우리 각자의 세월을 조각조각 세어봅니다.

성민지

성민지

라떼 한 잔과 책 한 권, 펜 한 자루만 있으면 어디든 훌쩍 떠나는 사람. 새로운 관점에 쉽게 경도당하고, 금세 의심해 항상 내적 정반합의 과정을 겪고 있다. 여기저기 잘 번지는 수용성의 인간으로, 낯선 것들을 가로지르며 엮이는 이야기와 이런 순간을 발견하는 데 묘한 희열을 느낀다.

2022년, 관능적 사랑에 대해 하고자 하는 말이 들끓었다. 올바른 이야기와 외설, 이 모두를 경시하는 여론 속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사랑과 성에 관한 이야기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몸소 개인적 경험과 단상을 엮은 섹슈얼 에세이 『우리에겐 에로틱한 이야기가 필요해』를 썼다.

지금은 자본주의와 부대끼며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하나 깨쳐보고자 브런치에 '자본주의 무지렁이' 컨셉의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관능적인 에로스부터 자본주의의 쓴맛까지 활자로 다루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다름 아닌 순대국밥이다.

서로를 모르는 낯선 타인들이 상대의 생각 앞에서 기꺼이 문을 두드리고, 답을 청하고, 잠자코 기다려주는 순간을 무척 소중히 여긴다. 같이 짓고 허물며 가장 정확한 표현에 가 닿으려는 대화라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지구력을 가졌다. 기어이 형체를 만들고, 가까스로 붙들다 기꺼이 허물어가며 서로의 저변을 넓히는 대화를 기다린다.

@ming_entre_in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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