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민

김은민

학창 시절, 미술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승부욕 탓에 ‘수능을 잘 보고 싶다’는 오기로 공부에 몰두하다, 정작 입시 미술에는 떨어져 일반대에 진학하는 엉뚱한 출발을 했습니다. 일찍부터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찾아 헤매며 철학과를 지망했지만, 철학과가 점차 사라지던 시대적 흐름에 부딪혀 가장 결이 비슷한 사회학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후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하며 저의 질문은 이내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로 확장되었습니다. 마침 “나의 행복은 무대에 있다”는 친구의 확신에 찬 한마디에 매료되어 극단으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제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연기 그 자체가 아니라, 연기를 사랑하는 이들의 빛나는 열정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열정 있는 삶이 행복일까’라는 새로운 질문과 함께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움직임을 통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체감하며 내친김에 대학원까지 달려가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기록해야 인생이 바뀐다”며 늘 쪽지를 들고 다니시던 담임 선생님의 영향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를 쓰면 남들보다 인생을 두 배 더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스스로 인생 두 배 이벤트라 여기며 신나게 시작한 기록은 점차 글을 읽고 쓰는 재미로 번졌습니다.

미술, 연기, 운동 등 다양한 예체능에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번번이 재능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고, 그때마다 글로 힘든 시간과 생각을 흘려보내며 책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좋은 움직임을 만들고, 좋은 책을 읽으며, 좋은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제가 추구하는 삶에 맞닿아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은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참고자료를 수집 중입니다. 책 속의 삶과 책을 읽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이제 북카페 믕밍의 초보 지기가 되었습니다.

책이 가득한 이 공간이 저와 여러분을 위로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제 짧은 글과 믕밍에서의 시간이 여러분의 이야기와 만나, 함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피어오르게 하길 바랍니다.

@meungming

레이지클럽 — 김은민